[가을 억새 절정의 순간, 울산 간월재]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의 간월재는 가을이면 하늘과 맞닿은 은빛 들판으로 변한다. 신불산과 간월산 사이의 고갯마루에 자리한 이곳은 해발 약 900m에 위치해 있으며, 33만㎡에 이르는 억새 평원이 능선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다. 바람이 불 때마다 억새가 산허리를 따라 파도처럼 일렁이며, 그 장면은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착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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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국관광공사 (이하 동일) |
간월재는 영남알프스 산군 중에서도 부드럽고 완만한 능선으로 유명하다. 가지산, 운문산, 천황산 등 1,000m급 산들이 둘러싸고 있지만, 간월재는 그 사이에서 가장 평탄한 길을 품고 있다. 덕분에 초보자도 비교적 수월하게 오를 수 있는 가을 산행지로 꼽힌다. 산을 오르는 내내 억새밭과 하늘이 이어지며, 발 아래로는 신불산 계곡이 길게 펼쳐진다.
이곳의 이름은 약 1,500년 전 이 산기슭에 세워졌던 ‘간월사(看月寺)’에서 유래했다. 달을 바라보던 고승들의 이야기가 남아 있는 곳으로, ‘달을 보는 고개’라는 뜻을 지닌다. 오늘날에도 그 이름처럼 달빛이 비치는 밤이면 억새밭이 은은히 빛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장 인기 있는 등산로는 ‘사슴농장 코스’다. 배내공영 2주차장에서 출발해 사슴농장을 지나 간월재 휴게소로 향하는 왕복 6km 구간으로, 왕복 약 3~4시간이 걸린다. 길은 완만한 오르막과 평지가 번갈아 이어져 초보자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산길을 오르는 동안 양옆으로 펼쳐진 억새밭이 눈을 사로잡고, 구름이 지나갈 때마다 햇살이 억새에 닿아 색이 바뀌는 장면은 보는 이를 멈춰 세운다.
가을의 간월재는 시간대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아침에는 이슬에 젖은 억새가 부드러운 은빛으로 반짝이고, 낮에는 황금빛으로 변하며 산 전체가 빛으로 물든다. 해질 무렵이면 하늘이 붉게 물들며 억새와 함께 노을이 맞닿는다. 바람이 불면 억새 줄기가 부딪히며 내는 ‘사박사박’ 소리는 자연이 들려주는 가장 순수한 음악처럼 들린다.
정상 부근에는 ‘간월재 휴게소’가 자리해 있다. 고지대임에도 따뜻한 커피와 간단한 음료를 즐길 수 있어, 많은 등산객들이 잠시 쉬어가며 풍경을 감상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억새 평원은 장관이다.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은빛 물결과 멀리 펼쳐진 영남알프스의 산세가 한눈에 들어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을 전한다.
간월재는 단풍이 들 무렵부터 억새가 절정을 맞는 10월 중순~11월 초에 가장 아름답다. 등산로 초입에는 무료로 이용 가능한 배내공영 2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으며, 입장료 없이 누구나 방문할 수 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울산 시내와 멀리 동해까지 조망할 수 있어, 억새와 하늘, 산, 바다가 어우러진 장대한 풍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억새 명소’라 불리는 이유는 단순한 높이 때문만이 아니다. 바람, 빛, 억새, 하늘이 하나로 이어져 만들어내는 장면이 그 어떤 산보다도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간월재에 서면 일상의 무게가 가볍게 느껴지고,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 사이로 계절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가을이 남긴 최고의 풍경을 만나고 싶다면, 울산 간월재가 그 답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