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으로 떠나는 여름 여행
충북의 숨은 명산, 수주팔봉
충청북도 충주시 살미면. 널리 알려진 유명산들 사이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산이 있다. 높이는 그리 높지 않지만, 바위로 이뤄진 독특한 능선과 탁 트인 조망, 그리고 강과 어우러진 절경 덕분에 마주한 사람마다 감탄사를 터뜨리는 곳. 바로 ‘수주팔봉’이다.
수주팔봉이라는 이름은 여덟 개의 봉우리가 강물 위에 떠 있는 듯한 풍경에서 비롯되었다. 실제로 달천이 산 아래를 휘감아 흐르며 각 봉우리를 감싸고 있어, 봉우리 하나하나가 마치 섬처럼 솟아 있는 인상을 준다. 이러한 풍경은 아래에서 올려다볼 때보다, 트레킹 중간 또는 정점에서 내려다볼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사진 = 대한민국구석구석 |
이 산의 가장 큰 매력은 기이한 형태의 바위들이다. 송곳바위, 칼바위, 중바위로 이어지는 암봉들은 마치 창처럼 하늘을 찌르며 솟아 있고, 자연이 수천 년 동안 다듬은 듯한 조각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바위를 따라 난 산길을 걷다 보면, 인간의 손길은 닿지 않은 순수한 자연의 미학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다.
사진 = 대한민국구석구석 |
정상에 오르면 비로소 이 산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눈 아래 펼쳐지는 달천의 푸른 물줄기, 그 사이를 비집고 흐르는 계곡, 깎아지른 듯한 절벽은 그 자체로 한 폭의 동양화다. 봄에는 연초록이 싱그럽고, 여름에는 울창한 녹음이 가득하며, 가을에는 단풍이 봉우리를 물들이고, 겨울에는 눈 덮인 바위가 장관을 이룬다.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윤진호 |
사진 = 충주시 공식 블로그 |
지질학적으로도 흥미로운 배경을 지닌 이곳은, 옥천계 문주리층 지대에 풍화에 강한 암맥이 침투하면서 생성된 특수 지형이다. 오랜 세월 동안 달천과 오가천이 주변 산줄기를 깎고 흘러, 지금의 수직 절벽과 바위 봉우리들이 형성되었다. 트레킹 코스이면서 시간과 자연이 함께 만든 지형의 역사까지 느낄 수 있는 살아 있는 지질 교육장이기도 하다.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윤진호 |
코스는 그리 길지 않지만, 곳곳에 경사가 심한 구간과 바위지대가 있어 산행 시에는 등산화 착용이 필수다. 비교적 붐비지 않아 조용히 자연을 마주하고 싶은 이들에게 제격이며, 잠시 걷다가 멈춰 풍경을 감상하는 여유도 주어진다.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윤진호 |
도심의 번잡함을 벗어나고 싶을 때, 조용한 산길과 물길 사이로 마음을 씻어내고 싶을 때, 수주팔봉은 특별한 목적지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