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꽃이 피고 강이 흐르는 길, 경남 밀양 초동연가길
여행을 떠날 때 우리가 찾는 건 늘 거창한 명소만은 아니다. 때로는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지고, 눈앞의 풍경이 깊은 여운을 남기는 길 하나면 충분하다. 경상남도 밀양시 초동면에 자리한 ‘초동연가길’은 그런 길이다. 이름부터가 정겹고 따뜻한 이 산책로는 낙동강과 꽃길이 어우러진 5km의 힐링 코스로, 한 번 걷고 나면 누구든 다시 찾고 싶어진다.
초동연가길은 낙동강 본류를 따라 조성된 길로, 반월습지를 중심으로 자연 생태를 그대로 살린 구조가 특징이다.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우리 강 탐방로 100선’에 이름을 올릴 만큼, 걷기 좋은 길로 알려져 있다. 평탄한 흙길과 강변 데크가 교차하며 이어져 있고, 곳곳에 벤치와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 누구나 천천히 쉬어 가며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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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밀양시 공식 블로그 |
이 길의 진가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더욱 또렷해진다. 봄이면 꽃양귀비와 청보리가 붉고 푸르게 물결치고, 여름에는 갈퀴나물과 금계국이 환하게 피어난다. 가을이 되면 코스모스와 억새가 바람을 따라 흔들리며 황금빛 물결을 만든다. 특히 바람이 강을 타고 불어올 때는 눈앞의 꽃과 뒤쪽의 강물, 그리고 머리 위의 하늘까지 하나로 어우러지는 듯한 풍경이 펼쳐져, 그 순간이 그저 걷는 일 이상의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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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 | 사진 = 한국관광공사 |
연가길에는 곳곳에 포토존도 준비되어 있어 인생샷을 남기기 좋다. 강변 데크 위에 놓인 나무 그네, 소박한 정자 쉼터, 돌담길 옆 꽃밭 사이를 걷다 보면 굳이 포즈를 취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사진이 아름답게 담긴다. 주말이면 가족 단위 나들이객은 물론, 부부, 연인들도 삼삼오오 산책을 즐기며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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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밀양시 공식 블로그 |
무엇보다 좋은 건, 특별한 준비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등산화도, 카메라 장비도 필요 없다. 가벼운 운동화와 마음 한 켠의 여유만으로 충분하다. 들꽃 사이를 걷다 보면 어느새 일상의 피로가 벗겨지는 듯하고, 저마다 다른 속도로 걷는 사람들 틈에서도 조용한 연결감이 느껴진다. 여유롭게 걷고, 꽃길에 잠시 멈추고,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게 이곳에서 가장 특별한 여행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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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대한민국구석구석 |
주변 관광지도 풍부해 하루 나들이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인근에는 초동 꽃새미마을을 비롯해 수산제 역사공원, 사명대사 유적지, 명례 성지, 미리벌 민속박물관 등이 자리하고 있어 산책을 마친 뒤 역사와 문화를 함께 둘러볼 수 있다. 길 자체도 차량 접근성이 좋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바로 진입할 수 있어 불편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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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새미마을 | 사진 = 한국관광공사 |
꽃이 피고, 강이 흐르며, 바람이 쉬어가는 길. 초동연가길은 누군가와 함께 걸으면 그 관계가 더 깊어지고, 혼자 걸으면 스스로를 더 잘 들여다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닌 곳이다. 마음이 조금 복잡하거나,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싶은 날. 낙동강변 따라 이어진 이 정겨운 길 위에서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치유받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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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대한민국구석구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