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 위에 이런 길이 있었다니"... 발끝에서 시작되는 신비

제주 바다 속에서 만나는 특별한 길,
김녕에서만 볼 수 있는 초록빛 바닷길

누구나 알고 있는 제주 바다지만, 그 안에 숨은 길 하나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낯설다.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에 위치한 '김녕떠오르길(김녕바닷길)'은 간조 시간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독특한 해변 산책로로, 바다 위에 길이 ‘떠오르는’ 듯한 신비로운 장면을 만들어낸다. 물이 갈라지는 그 순간, 바다 위에는 초록빛 해조류가 가득한 카펫 같은 길이 펼쳐지며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이 길은 원래 해녀들이 바다로 들어가기 위해 만든 인공 수로였다. 물질을 위해 다져 놓은 돌길이 시간이 흐르며 이끼와 해조류로 뒤덮이게 되었고, 간조가 되면 자연스럽게 ‘길’처럼 드러나는 구조가 되었다. 지금은 그 독특한 풍경 덕분에 제주 여행자들의 숨은 사진 명소로 알려지며, 일부러 물때를 맞춰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제주 김녕떠오르길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진용주

김녕 해변의 본모습은 간조 시점에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바닷물이 빠지면 녹색 해조류가 바다 바닥을 따라 길게 뻗으며, 마치 누군가 바다 위에 초록빛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한 모습이 완성된다. 물이 완전히 빠진 직후보다도, 발목 정도의 얕은 물이 채워져 있을 때가 특히 아름답다고 한다. 물빛과 해조류가 어우러져 빛나는 그 순간은 사진으로 담기에도, 눈으로 즐기기에도 더없이 좋다.

제주 김녕떠오르길
사진 = 대한민국구석구석

물길을 따라 바다 안쪽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면, 사방으로 탁 트인 제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기 때문에 바닷속에 잠긴 듯한 기분이 들고, 바람과 햇살, 물살이 모두 가까이서 느껴진다. 이곳의 매력은 걷는 그 자체에 있다.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거나, 단순히 바닷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걸어도 좋다. 별다른 장비 없이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가도 감성 가득한 컷을 남길 수 있는 장소다.

제주 김녕떠오르길
사진 =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커플의 데이트 코스로도, 가족 나들이의 추억 장소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방문했을 때 바닷물 속을 걷는 새로운 경험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바위 주변에 작은 게나 물고기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어 짧은 시간 동안의 자연 체험 공간으로도 안성맞춤이다.

제주 김녕떠오르길
사진 = 한국관광공사(황성훈)

하지만 이 특별한 풍경을 마주하려면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간조 시간에만 길이 드러나기 때문에 방문 전 반드시 김녕 지역의 물때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물때를 맞추지 못하면 아예 길이 보이지 않거나, 진입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또한 해초로 인해 미끄러운 구간이 있을 수 있으므로, 고무 밑창 신발이나 미끄럼 방지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제주 김녕떠오르길
사진 = 한국관광공사(황성훈)

정확한 주소가 없는 것도 이곳의 특징이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봉지동복지회관(제주시 구좌읍 김녕로1길 51-3)’을 내비게이션에 입력한 뒤, 인근 김녕 성세기 해변 쪽으로 걸어가면 된다. 바닷길 입구는 표시가 크지 않지만, 물때에 맞춰 가면 사람들의 움직임과 노출된 바위길을 따라 쉽게 찾을 수 있다.

제주 김녕떠오르길
사진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표길영

김녕떠오르길은 매일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기에 더 소중하다. 정해진 시간에만 얼굴을 드러내는 이 바닷길은 여행자가 의도적으로 찾아야만 만날 수 있는 순간의 장소다. 그래서 더 감동적이고,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제주에서 바다와 하나 되어 걷는 기분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곳을 놓치지 말자. 물이 열어주는 초록빛 통로 위에서, 제주 바다와 잠시 같은 속도로 숨 쉬는 특별한 시간을 누려보는 건 어떨까.